[매일경제] 석유가 없다면… 플라스틱은 뭘로 만들지?

태양광·풍력 사용하는 新재생에너지 시대땐…새 플라스틱 생산기술 필요 공기중 탄소·질소 활용…과학자들, 해법 찾아나서


"정답은…없다." 전기차가 달리고 각 가정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다. 풍력발전, 수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캐하고 몸에 좋지 않은 매연을 내뿜어야만 했던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화석연료의 시대가 점점 쇠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전기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치더라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서는 석유가 필요하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은 그의 저서 '플라스틱 사회'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답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을 석유 없이 만들 수는 없을까. 정답이 없는 문제에 답을 만들어가는 것은 역시 과학자들 몫이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한 '태양빛'과 '공기'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독일은 2050년까지 전기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덴마크는 2035년에 100%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의 굴뚝 중국 역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환경보호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인류의 산업 발전을 책임져온 화석연료는 순식간에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화석연료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일지 모른다.



당장 석유가 인류의 눈앞에서 사라질 리 없다. 석유와 석탄 등의 화석연료가 중요한 이유는 비료, 합성섬유, 페인트, 전자제품, 건축재, 페트병 등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석유(원유)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탄소(C)와 수소(H)다.


원유를 '분별증류(혼합물을 가열해 끓는점이 낮은 물질부터 분리하는 방법)' 방식을 이용해 가열하면 등유와 휘발유로 나뉜다. 등유와 휘발유로 나뉠 때 '나프타'라는 물질이 분리되는데, 이를 열분해하면 '에틸렌'과 같은 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이 '중합(간단한 분자들이 엉키면서 큰 분자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고분자를 만들어낸다. 이 물질을 성형사출하면 우리가 쓰는 플라스틱 제품이 만들어진다.


석유 없이 플라스틱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옥수수나 나무와 같은 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과 같은 고분자 물질을 만들 수 있다.


민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장은 "바이오원료에 있는 탄소, 수소 등을 뽑아내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식물이 자라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사용량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석유 없이 플라스틱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태양과 공기에서 찾고 있다. 태양에서 지구로 1시간 동안 도달하는 에너지양은 50억명의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무한에 가깝다는 의미다. 또한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는 질소와 이산화탄소에는 플라스틱의 재료가 될 수 있는 원자인 탄소와 질소가 풍부하다.


실제로 이산화탄소를 포름알데히드로 전환시키고, 이를 다시 합성수지와 페트병의 재료가 되는 에틸렌글리콜로 만들 수 있다. 물에 이산화탄소를 넣은 뒤 전기를 흘려주면 물과 이산화탄소 사이에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포름알데히드를 만들어낸다. 이를 다시 전기화학 반응시키면 에틸렌글리콜이 생산된다. 이러한 전기화학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에서 직접 얻을 수 있다.


민 센터장은 "태양광을 활용해 전기를 얻고 공기 중에 풍부한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이용하면 플라스틱과 비료 제조에 필요한 탄소와 질소 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빛을 받은 광전극에서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발생하는데 이를 화학작용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질소 등이 상당히 안정하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기 위한 촉매 개발이 필요하다.


민 센터장은 "전자나 이온 전달에 최적화된 촉매와 전극기술 개발, 이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정기술 등 기초과학과 공학이 연계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암모니아, 에틸렌글리콜, 디메틸 탄산염 등은 약 2020년까지 1000억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성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민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의 연구인 만큼 도전적인 연구과제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성공할 경우 파급 효과가 커 신성장동력 과제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