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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과학산책: 'e-케미컬' 기술 확보로 성장동력 창출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친 화석연료 정책 발표에도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중국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 36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나라가 300년 이상 화석연료를 사용해 왔다. 현재 인류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기존 에너지 사용의 근간인 화석연료를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는 것, 태양·바람·물 등 자연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는 것, 이 두 가지 에너지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충당될 것이라고 믿어 왔다. 단순히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 고갈이나 최근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기후 변화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편리하고 친환경적이며,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의 경제성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에도 나와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전문가가 많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저명한 미래학자 토니 세바 교수는 '에너지혁명 2030'이란 저서에서 2030년이 되면 에너지 100%를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충당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선에서 태양광 기술 연구를 하고 있는 나는 13년밖에 남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세바 교수가 언급한 과거의 몇몇 사례를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1900년대 미국 운송 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완전히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13년,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휴대폰 시장 구조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는 데 5년이면 충분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도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2030년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 다음 세대에는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가 일반화된 에너지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의 에너지 로드맵 추세를 보면 이러한 대체 현상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80%, 중국은 2050년까지 80%, 덴마크는 2035년까지 100%까지 각각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구체적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화석연료가 사라진 미래의 신재생에너지 기반 사회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으로 모든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동안 석탄·석유를 시원료로 사용해 생산해 오던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제품은 어떻게 생산할 수 있을까.


한 예로 우리는 지금까지 섭씨 10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석탄 가스화 반응을 통해 합성가스를 만들고, 이 가스를 이용해 에틸렌·메탄올 등 화학원료를 생산한다. 이를 기반으로 페트, 우레탄 등 플라스틱 화학제품을 만든다.


진정한 신재생에너지 기반 사회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석탄·석유를 시원료로 해 열화학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화합물(화학원료, 화학제품 등)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화합물 제조 방식이 요구된다. 이런 전기화학 반응으로 생산된 실제 화학제품 생산에 적용 가능한 고부가 가치 화합물을 'e-케미컬'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 질소, 산소, 물을 시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완전한 탈 화석연료 화학제품이라 할 수 있다.


e-케미컬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의 열화학 반응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 효율성과 반응 단계의 단순화로 공정비용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정교한 반응 조절로 원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케미컬 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에틸렌글리콜이 있다. 자동차 부동액으로 많이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은 현재 석유나 석탄을 시원료로 하여 총 3단계의 고온·고압 반응을 거쳐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e-케미컬 기술을 적용해 제조하면 상온에서 이산화탄소와 물을 사용, 총 2단계 반응을 거쳐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e-케미컬 기술 개발은 세계적으로 매우 초보적인 단계다. 그럼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기 보급과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 연구개발(R&D) 투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 추세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도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과 기후 변화 대응을 선도하기 위해 e-케미컬 기술에 국가적 관심과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민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장, bkmin@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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