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특별기고: 인공광합성 연구, 국가연구소가 앞장설 때


'마션'이라는 SF영화가 지난 2015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와트니는 사고로 화성에 혼자 남겨진다. 와트니는 과학자로서 그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오랜 시간을 필사적으로 생존하다 지구로 돌아온다. 필자는 영화 속에 펼쳐진 다양한 상황들을 보며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을 상상해봤다. 화성 대기에는 95%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한다. 화성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높다. 우리가 화성에서 태양빛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광합성만 할 수 있다면 식물처럼 포도당(식량)을 직접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과학기술 분야든 최고의 난제 또는 꿈의 기술로 불리는 것들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과학기술 분야를 비유적 표현으로 '성배(holy grail)'라고 부른다. 많은 과학자들은 인공광합성 기술을 에너지·자원 기술분야의 성배 중 하나로 꼽는다. 인공광합성 기술은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일환으로 2009년 인공광합성센터를 서강대학교에 설립해 기초원천연구를 시작했다. 미국의 인공광합성센터 설립보다 시기가 앞선다. 우리나라에서 인공광합성 기술 연구는 매우 일찍 시작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초원천기술개발 과제로는 드물게 500억원 가까운 대규모 연구비가 10년간 장기 투입됐으며, 저명한 중진급 연구자들이 다수 참여했고 올해 8월 과제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인공광합성기술은 단지 학문적 영역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반드시 기술로 이어져야 하고 특히 향후 실용화 기술로까지 발전해야만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의 더 풍요로운 삶을 가능케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인공광합성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연구성과와 기술발전 내용이 축적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연구소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 또한 인공광합성기술은 그 개발 자체가 고도로 어려운 도전적 기술인 동시에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의 폭넓은 협업을 통해서만 구현 가능한 융·복합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빛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태양전지 기술이 필요하고, 물분해·이산화탄소 환원반응 등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촉매기술 개발 등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런 다양한 기술들을 주도적으로 통합하고 적재적소에 최고의 전문가를 투입해 효율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국가연구소가 중심이 된 연구개발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대규모 국가 연구비가 투입돼 기초연구의 큰 발전을 이룬 인공광합성기술 연구가 현 단계에서 멈춘다면 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큰 손실일 것이다. 반드시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실용화 기술로 연계되어 소중한 열매를 맺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연구소가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할 때다.


민병권 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