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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로 비싼 소재' 만드는 과학자

정광덕 KIST 박사, 이산화탄소 전환에 의한 나노 탄산칼슘 제조기술 개발 KCRC 지원···"상용화 전해조 업그레이드 매진할 것"

이산화탄소 전환에 의한 나노 탄산칼슘 제조기술을 연구개발 중인 정광덕 KIST 박사.

<사진=김지영 기자>


집이나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탄산칼슘'은 대리석, 석회석, 조개껍데기, 달걀껍데기 등으로부터 산출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재료들로부터 추출할 수 있어 값이 저렴하지만 입자가 고울수록 비싸다.


입자가 고운 탄산칼슘은 나노 탄산칼슘 혹은 경질 탄산칼슘으로 분류하는데, 높은 백색도 및 좋은 혼합률을 갖고 있어 고급벽지 첨가제나 고분자 첨가제, 페인트 등에 활용돼 다채롭고 고급스러운 색상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무나 플라스틱 공업의 백색 충진재로 사용돼 원료절감과 고무의 물리화학적 성질 개량을 통한 우수한 제품 생산 등을 가능하게 한다.


고가의 나노 탄산칼슘을 처치 곤란한 재료들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온실가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고정화해 나노 탄산칼슘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가 있다. 정광덕 KIST 박사다.


그가 활용하는 연구재료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폐콘크리트, 슬래그(Slag, 철강제조과정 중 용광로에서 나오는 암석 성분으로 폐기물로 버리거나 재활용함) 등 폐무기자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이슈로 떠오른 지금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쓸모 있는 재료로 만드는 그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폐무기자원으로 나노 탄산칼슘을 만드는 기술은 전 세계가 경쟁중인 기술로 이산화탄소 저감량이 가장 높은 기술 군 중 하나"라며 "특히 자원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화학적 전환기술, 특히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은 전망 좋은 비지즈니스 모델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폐기물 제로! 순환형환경기술에 도전한다



정광덕 박사는 지난 30여 년간 이산화탄소 전환연구를 해왔다. 이산화탄소를 수소화해 메탄올 및 DME를 합성화를 하는 등 주로 이산화탄소 수소화반응연구에 매진했다.


그런 그가 이산화탄소전환에 의한 무기탄산화 연구를 시작한 것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박사의 전공분야는 아니었으나 그동안의 연구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연구에 도전을 마음먹었다.


연구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새로 도전하는 분야인 만큼 기술개발 개념과 목표설정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또 폐무기자원으로부터 얻은 첫 나노 탄산칼슘의 경제성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목표설정도 바꿔야 했다. 제조투자비 대비 너무 저렴한 탄산칼슘이 제조하게되면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입자가 더 고운 나노 탄산칼슘 개발로 기술개발 목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나노 탄산칼슘을 얻기 위한 새로운 공정개발에 매진했다. 이에 지난 연구를 통해 폐무기물로부터 칼슘을 추출하고 이를 침전시켜 나노 탄산칼슘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개념을 확립하였다.


또 나노 탄산칼슘을 얻기 위해 필요한 산과 알칼리이온을 동시에 제조할 수 있는 전해조(전기분해를 하는 장치)의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폐무기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산과 알칼리를 저전력으로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는 탄산칼슘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다. 특히 정 박사팀은 공정의 최종단계인 탄산화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개발기술은 친환경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정 내에 발생하는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순환형 환경기술이다.


특히 정 박사팀이 개발한 공정에 의해 생산되는 나노탄산칼슘은 현재 고가로 판매 중인 나노 탄산칼슘 크기(100~200nm)보다 작아 부가가치가 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박사에 따르면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기술적 난제가 남아 있지만, 늦어도 2030년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상용화 기술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이산화탄소 전환기술은 단일기술로는 국가가 목표로하는 이산화탄소 저감총량에 비해 기여도가 크지 않지만 다수의 경제성이 확보된 이산화탄소 전환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하나의 국가성장동력원으로서는 물론 중요한 이산화탄소 감축수단으로서 기대되는 분야"라며 "개발기술에 의한 이산화탄소 감축기대량은 2030년 약 15~30만톤수준으로 중요한 이산화탄소전환 개발기술들중의 하나로서 중요한 위치를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노 탄산칼슘제조공정을 설명하고 있는 정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선두그룹' 없다...기술선점 매진


나노 탄산칼슘은 고분자 첨가제와 벽지 첨가제 등에 활용되지만 국내외 수요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우수 소재 및 재료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향후 시장 확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그는 "2023년 세계시장 10조 정도 추산되고 있다. 향후 제품의 고급화 수요에 예측되어 나노탄산 시장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 박사에 따르면 폐무기물로부터 이산화탄소 전환에 의한 나노 탄산칼슘 제조 기술이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없다. 무기물로부터 나노탄산을 제조하는 공정의 개발은 완성되었으며 현재, 상용화의 성공유무는 칼슘이온의 추출 및 탄산화에 필요한 산 및 알칼리를 동시 제조하기 위한 저전력 전해조의 장기수명을 갖는 전해조 소재확보기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국이산화탄소포집 및 처리연구개발센터(KCRC)의 지원을 받아 공정기술의 상용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전 세계가 경쟁 중인 기술로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전해조의 장기안정성을 위해 전극수명과 분리막 수명이 중요하다. 이 기술들을 확보해 전해조 성능을 향상시킨다면 폐무기자원을 통한 나노 탄산칼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이 향후 우리나라 기업에 이전돼 중요한 경쟁력과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KCRC, 그리고 협력연구진과 함께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박사팀 실험실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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