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상상하기 시작한 '인공 광합성'…식물 넘는 효율 꿈꾼다

20세기 초 '사이언스' 기고문, 인공광합성 실현된 미래 전망

햇빛·이산화탄소로 연료 생산… '인공 엽록소' 광촉매가 관건

오형석 KIST 박사팀 "세계 최고 수준 에너지 전환효율 달성"



1912년 9월 27일 자코모 치아미치안(Giacomo Ciamician)이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미래의 광화학(The Photochemistry of the Future)’이란 제목의 기고문.



1912년 9월 27일 이탈리아의 화학자 자코모 치아미치안(Giacomo Ciamician)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미래의 광화학(The Photochemistry of the Future)’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여기서 "(미래에는)식물의 전유물이었던 광화학 과정이 일어나는 유리 건축물들이 어디에나 즐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아미치안이 말한 ‘식물의 전유물이었던 광화학 과정’은 현재 인공광합성으로 불린다. 그는 미래에 유한한 자원인 석탄 대신 식물처럼 햇빛과 이산화탄소만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인공광합성 공장이 주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1967년 일본 과학자 후지시마 아키라(藤嶋昭) 교수가 ‘이산화타이타늄’이라는 물질에 빛을 쬐면 수소가 발생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인공광합성 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지난 한달 사이에도 네이처 자매지에만 3건의 논문이 발표될 정도로 활발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 무한한 햇빛·이산화탄소로 연료 생산한다

과학 전문 외신 ‘싱귤래러티허브(SingularityHub)’ 등에 따르면 인공광합성은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해 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식물의 광합성처럼 화학반응에 필요한 재료가 햇빛과 이산화탄소밖에 없어서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광합성이 일어나려면 햇빛을 흡수해 물 분자를 분해하는 엽록소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물 분자가 분해되면 산소, 수소, 전자가 생긴다. 산소는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수소와 전자는 또다른 재료인 이산화탄소와 화학반응한다. 그 결과로 생물의 기초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만들어진다.

인공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올 등의 연료와 산업원료로 바꿀 수 있다.



인공광합성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나노(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광촉매가 엽록소의 역할을 대신한다. 광촉매가 햇빛을 흡수해 물 분자를 분해하면 산소, 수소, 전자가 발생한다. 다만 포도당 대신 수소·메탄올 같은 연료나 일산화탄소 같은 기타 산업원료를 최종적으로 생산한다.

인공광합성은 햇빛을 곧바로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과 다르다. 태양광 발전은 빛을 전기로 바꾼 후에 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화학 에너지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빈번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손실이 발생한다. 배터리 용량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인공광합성은 빛으로 화학 연료를 만들기 때문에 저장과 운반이 쉬운 에너지를 만드는 데 더 유리하다.


◇ 상용화하려면 식물 모방 넘어 10배 효율 필요… 광촉매 연구 집중

영국왕립화학회 홈페이지에 소개된 논문에 따르면 인공광합성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우선 에너지 전환효율이 최소 10%는 돼야 한다. 흡수한 빛에너지 중 적어도 10%를 연료의 화학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값싼 실리콘 태양전지를 사용했을 때 기준이다. 비싼 태양전지를 사용하면 전환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경제성이 낮아진다. 실제로 2015년 9월 호주 모니시대 연구진은 전환효율을 22%까지 높이는 기술의 개발 가능성을 학술지 ‘에너지 환경 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발표한 바 있지만 비싼 태양전지를 사용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인공광합성의 에너지 전환효율을 22%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비싼 태양전지를 동원하지 않은 인공광합성 시스템들의 전환효율은 오랫동안 1% 수준에 머물러있었다. 인간이 모방한 식물의 광합성 전환효율이 1% 정도이기 때문이다. 식물의 기름이나 메탄올 연료를 직접 추출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도 전환효율이 최고 6%로 보고됐다. 따라서 향후 인공광합성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식물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더 뛰어난 효율을 구현해야 한다.

학계는 이를 위해 광촉매 연구에 집중해왔다. 연구 초기에는 망가니즈(망간)가 광촉매로 사용됐다. 식물이 광합성에 이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하지만 안정성과 내구성이 낮아 현재는 잘 쓰이지 않고 있다.

대신 채택된 광촉매로 이산화타이타늄과 이리듐이 있다. 일찍이 후지시마 교수가 광촉매 특성을 발견한 이산화타이타늄은 안정성이 높지만 반응 과정에서 양성자를 방출한다. 이 양성자가 인공광합성 시스템 전체의 내구성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다. 이리듐은 성능이 좋지만 비싼 귀금속이기 때문에 연료 생산 비용을 높인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 17일 중국 산둥대 연구진은 세겹 구조로 된 황(S)-금속 화합물을 광촉매로 사용하면 전환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 韓 연구진, 11% 효율 달성하고 물밖에서 작동 성공… "추가 연구 계속"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큰 성과를 보인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오형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센터 박사는 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값싼 실리콘 태양전지를 사용하는 인공광합성 시스템의 에너지 전환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11%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며 "전환효율만 10%가 넘었다고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들이 아직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박사 연구팀은 지난 3월 나노 크기의 이리듐·코발트 합금 광촉매를 개발해 기존보다 이리듐을 20% 적게 사용하면서도 성능을 31% 이상 높였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광촉매 외의 부분에서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산호(coral) 모양의 은 나노 입자로 이뤄진 전극을 도입해 산업원료의 생산효율을 기존 대비 100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공광합성 시스템은 모두 물속에서 작동해왔는데 전극의 성능을 개선해 공기 중에서도 작동되도록 바꾼 결과, 이산화탄소가 물에 잘 녹지 않아 생기는 비효율을 해결한 것이다.

포항공대 연구팀이 합성에 성공한 ‘포피린-풀러렌 결정체’.

지난 2일 김기문 포항공대(POSTECH) 교수 연구팀도 인공광합성 시스템의 태양전지 소재로 쓰일 ‘포피린-풀러렌 결정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체는 식물의 광합성에도 관여하는 물질인데 연구팀이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물 분자에서 분리된 전자는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바꾸는 화학반응에 참여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이 결정체가 전자의 활동 수명을 늘려 에너지 전환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