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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속 CO2로 다이아몬드 만들면 기후위기 탈출할 수 있을까


지난 6일 홍콩에서 경매를 앞두고 선 보인 15.81 캐럿의 화려한 비비드 퍼플 핑크 다이아몬드 링. [로이터=연합뉴스]


골칫거리인 공기 중의 온실가스를 흡수해서 오히려 산업공정의 '원료'로 유용하게 사용하자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포집(잡아들여 모으는 것) 기술 개발을 둘러싼 경쟁에 불이 붙은 형국이다.

더욱이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 1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포집 기술 개발 경연대회에 1억 달러(약 1120억원)의 상금까지 내걸어 주목을 끌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1기가톤(10억 톤) 이상을 포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이 경연대회는 지난달부터 향후 4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최종 1위 팀은 5000만 달러(560억25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물류업체 페덱스도 예일대학의 탄소 포집 기술 연구에 1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석유회사 엑손 모빌은 2040년까지 탄소 포집 시장이 2조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때아닌 봉이 김선달, 21세기판 연금술사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각국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나 개발한 기술을 보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산림 흡수만으로는 탄소 중립 어려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및 이용(CCU) 기술 개념도. [중앙포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포집하는 데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탄소 중립'이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도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산업활동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신재생에너지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그래도 배출할 수밖에 없는 온실가스 양 만큼을 산림 등으로 흡수해서 순(純) 배출량이 제로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산림을 통한 흡수도 한계가 있다. 최근 산림청이 30년 이상 된 큰 나무들을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어 산림의 탄소 흡수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비난을 샀다.

"생물 다양성 유지나 홍수 예방 등 산림 생태계의 다양한 기능을 무시한 처사다", "나이 든 나무들도 탄소를 많이 흡수한다", "온실가스를 내뿜은 것은 사람인데, 숲에 책임을 전가하느냐" 등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열린 산림청 벌목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의 벌목 상황. 왼쪽은 2010년, 오른쪽은 2019년에 미 항공우주국(NASA) 랜드샛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이다. [네이처 기후변화]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조차도 2010년대(201~2019년)에 들어서는 흡수한 이산화탄소 139억 톤보다 더 많은 166억 톤을 배출했다.

결국 산림을 통한 흡수 외에 다른 흡수 방안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소 활용 기술(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CCU)'이 떠오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동시에 쓸모없이 버려지는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전환해 메탄올이나 유기 화합물, 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생성물이나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흡수해 탄화규소 생산



담배잎으로 만든 탄화규소. 오른쪽 위는 담배잎 분말, 오른쪽 아래는 석화를 거친 탄화규소. [영국 왕립화학회 어드밴시스]

미국 소크(SALK) 생물학연구소팀은 최근 '영국 왕립화학회 어드밴시스(Royal Society of Chemistry Advance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담배(Nicotiana tabacum)를 재배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 탄화규소(SiC)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순히 담배를 재배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담뱃잎을 분말로 만들어 말린 뒤 TEOS(tetraethyl orthosilicate)에 담가 광물화시키고, 다시 화로에서 1600도로 가열해 석화(petrification, 돌과 같은 물질로 바뀜)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탄화규소 생산 과정 [영국 왕립화학회 어드밴시스]

실험에서는 담뱃잎에 흡수된 탄소의 14%가 탄화규소로 전환됐다.

이러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더라도 다시 분해돼 대기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식물체 내의 유기 탄소를 탄화규소로 바꾸면 영구저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탄화규소는 극한의 강도와 열 안정성, 광학 투명성 등으로 우주개발·건설·전자 등에 널리 쓰이는 재료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탄화규소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고온을 제공하는 태양광 시설, 체내에 이산화규소 농도가 높아져도 견딜 수 있는 식물, 체내에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모으는 생체물질을 가진 식물 등이 확보되면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인조 다이아몬드가 되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모아 다이아몬드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서 사의 홈페이지 사진. [이서(Aether)]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오형석·황윤정·이웅희 박사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고효율로 에틸렌·에탄올을 얻을 수 있는 성게 모양의 구리 나노 촉매 전극을 제작하고 대량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 압착해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됐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보석회사인 이서(Aether)라는 회사에서는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공정을 개발, 특허 출원 중이다.

1캐럿의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20톤의 이산화탄소가 들어가고, 이는 보통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의 양(한국인은 1인당 1년에 약 11톤)보다 많다.

이서 사는 대기에서 제거한 이산화탄소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화학 반응시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데, 이때 들어가는 에너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한다. 이서 측이 "세계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다이아몬드"라고 자랑하는 이유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는 사용하지 않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만 흡수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부터 다이아몬드 반지는 7000 달러(약 784만원)에, 장식 귀걸이는 4만 달러(약 4482만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대기자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도 이서의 경쟁 회사인 스카이다이아몬드(Skydiamond)가 있다. 스카이다이아몬드의 최고경영자(CEO) 데일 빈스는 '제로 임팩트 다이아몬드', 즉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5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화질소만 뽑아내는 기술도



공기 중의 질소(N2)와 아산화질소(N2O) 혼합물에서 단계별로 97%까지 순도를 높여 아산화질소를 추출하는 과정을 나타낸 개념도. 서로 다른 알파와 베타 하이드로퀴논의 특성을 이용한다. [환경과학기술]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윤지호 교수와 공주대·강원대,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등 연구팀은 지난 3월 '환경과학기술' 국제 저널의 표지 논문에서 상온·대기압 조건에서 가스 혼합물로부터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2O)를 효율적으로 분리·회수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아산화질소는 기후변화협정에서 지정한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지수(지구온난화 잠재력)가 이산화탄소의 300배에 이른다.

이 기술의 핵심은 하이드로퀴논 클라스레이트 (HQ-Clathrate)라는 페놀 계통의 유기화합물이 '야누스' 같은 특성을 가진 점을 밝혀낸 데 있다.

클라스레이트는 게스트(guest)라고 불리는 작은 분자가 숙주 분자에 의해 형성된 적절한 크기의 구멍이나 케이지 안에 갇혀있는 일종의 결정질 화합물을 말한다.

하이드로퀴논 클라스레이트는 알파·베타·감마 등의 구조를 갖고 있는데, 아산화질소(N2O)와 질소(N2) 혼합물에서 N2O의 농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N2O 농도가 20% 미만인 경우 알파-HQ는 질소(N2) 분자만 걸러내는 고도로 선택적인 체처럼 작동한다. 반대로 더 높은 농도의 N2O에 노출되면 알파-HQ는 주로 N2O 분자를 보호하는 베타-HQ로 변환된다.


구조와 특성이 서로 다른 알파 하이드로퀴논(왼쪽)과 베타 하이드로퀴논. [환경과학기술]


윤 교수팀은 알파-HQ를 이용해 가스 혼합물에서 N2를 제거하고, N2O 농도가 20% 이상에 도달하도록 했다.

또, N2O 농도가 20% 이상이 되면 베타-HQ를 활용해 N2O 농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최종적으로 N2O 농도가 97%에 이르도록 하는 공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적용될 수 있어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유망한 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CCU에 본격적으로 나서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3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열린 'CCUS(탄소 포집 활용 저장) 투자방향 관련 산학연 간담회'에서 산학연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있다. [뉴스1(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사 최초로 지난달 8일 기체 분리막을 적용한 탄소 포집·활용 실증 설비를 여수 1공장에 설치했다.

앞으로 1년 동안 이 실증 설비를 운영하고, 2023년까지 상용화 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연 6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폴리카보네이트 원료로 사용하고, 드라이아이스와 반도체 세정액 원료 등으로 제조해 인근 중소 화학사에 판매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달 7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에 바다 밑 저장까지 더한 CCUS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민관합동 'K-CCUS 추진단'을 발족했다.

이 추진단에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분야 주요 기업 50여 개와 석유공사, 한국전력, 발전 5사, 가스공사 등 10개 에너지 공기업, 15개 연구 기관 및 20여 대학 등 총 80여개 기관이 참여했다.

산업부는 우선 이미 개발된 기술에 대한 실증 투자를 늘려 2025년까지 포집·저장·활용 분야별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모·경제성·환경성 입증돼야




홍정기 환경부 차관이 지난 2월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소재 성주수소충전소를 방문, 온실가스(CO2) 포집설비(CCUS) 설치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환경부 제공)]


탄소 포집·이용에 바이오에너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수자원 고갈이나 농약·비료 남용, 산림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CU도 실험실에서 입증됐다고 해서 탄소 중립에 바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탄소 포집이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 대형화해야 하고, 경제성도 충분해야 하며, 환경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로 다이아몬드를 만들더라도 반지나 팔찌가 너무 비싸면 수요가 크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량을 대폭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탄소 포집·이용 과정에 투입되는 에너지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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