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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엽록소 모방해 '빛 연금술' 구현...韓과학 '청정경제' 길 연다

[ECO&LIFE 세상을 바꾸는 우리]

■KIST 인공광합성 기술 핵심원리 밝혀

주오심 박사팀, 광전극·조촉매 활용 인공광합성 만들어

수소발생 없는 기술 입증 성공...광합성 효율도 크게 높여

잇단 연구 성과에 국내 산학연 투자 등 물밑교류 나서기도



광합성으로 고부가가치 물질을 변환시키는 원리를 설명하는 KIST 연구진의 모식도/이미지제공=KIST


[서울경제] 106조원. 전국 7대 광역시에서 예상되는 폭염으로 인해 2060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하게 될 사회적 비용을 예상한 수치다. 2015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학술지에 게재됐던 ‘폭염 발생에 따른 취약계층의 사망률 변화와 사회적 비용 추정’보고서에 담긴 추정치다. 큰 금액이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겪게 될 전지구적 비용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을 통해 지구의 온도를 과거 산업혁명기 대비 섭씨 2도 밑으로 억제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탄소저감을 약속했던 국가들의 대부분은 목표치의 절반 가량을 이행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인간이 경제·사회활동을 하고 기본적인 생명유지를 하기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물자 생산·유통의 각 과정마다 적지 않은 탄소배출이 이뤄는데 이를 저감하거나 억제하기가 기술적·경제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이 이 같은 난제를 풀기 위한 전세계 과학계의 연구개발(R&D) 조류에 동참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주목 받은 기술이 인공광합성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광화학적 반응 등을 통해 일산화탄소로 변환시킨 뒤 해당 일산화탄소를 여타 물질들과 결합시켜 경제에 유용한 물질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이 광화학반응을 활성화시킬 에너지원으로 공해 없는 에너지원인 태양빛 등이 활용된다. 청정경제를 꿈꾸게 하는 ‘빛의 연금술’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최근에 발표된 국내 주요 연구 성과가 주오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을 통해 나왔다. 주 박사팀은 지난 23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변환 시키기 위한 기술의 핵심 원리를 밝혀냈다. 인공광합성을 활용한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녹조류와 같은 미생물이나 일반 식물들은 태양빛으로 받은 에너지를 물, 이산화탄소와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영양소(포도당 등)를 만든다. 이런 자연적 광합성 과정에는 특정 성분의 효소와 세포기관인 엽록소 등이 필요한데 주 박사팀은 그 대신 광전극과 조촉매를 활용해 인공광합성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광전극이란 빛을 흡수해 전력을 만들어내는 전극이다. 조촉매는 촉매반응을 활성화시키는 물질이다. 기존에도 학계에서 빛으로 인공광합성을 일으키는 기술들이 발표됐지만 대부분 그 과정에서 수소가 발생해 광합성의 효율이 떨어졌다. 빛을 통해 공급된 전자의 13% 만이 실질적인 광합성 반응(이산화탄소 환원반응)에 관여하는 데 그쳤던 것이다. 반면 주 박사팀은 수소 발생 없는 인공광합성 기술을 밝혔다. 전자의 98%가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에 사용되도록 광합성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


앞서 지난 8월에는 KIST의 민병권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박사가 이끈 연구팀이 경제적인 인공광합성 촉매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탄소나노튜브 기술을 활용한 연구 성과다. 기존에 개발된 인공광합성용 촉매중 상당수는 실험실 차원에선 성공했지만 정작 실제 산업현장에서 쓰이기엔 경제성·효율성이 낮았다. 불순물이 없는 고도로 정제된 증류수를 활용해 개발된 촉매들인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은촉매와 같은 기존의 귀금속 촉매는 물 속에 0.05ppm 수준의 철 이온과 같은 극미량 불순물에 노출되면 1시간내에 성능이 80%이상 저하됐다. 그에 비해 민 박사팀이 개발한 촉매는 탄소나노튜브에 질소 원소를 함유한 형태여서 일반 수돗물 등을 사용해도 불순물이 붙지 않는다. 해당 촉매는 수돗물에서도 120시간 동안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인공광합성으로 포름산을 만드는 개념. /이미지제공=화학연

그보다 앞선 올해 6월에는 백진욱 한국화학연구원 박사팀이 인공광합성의 핵심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1초당 1조장 분량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팸토초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빛이 촉매에 닿아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들을 포착해냈다. 앞서 지난해 6월 백 박사팀은 이번 연구성과에 앞서 광합성하는 플라스틱 나뭇잎을 만들어 포름산과 같은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해내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서강대, 연세대, 포항공대, 울산과학기술대 등에서 인공광합성을 활용한 수소에너지 생산기술이나 광촉매 개발 연구 등의 성과가 나왔다.


학계와 연구소 차원에서의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으면서 국내외 기업들도 서서히 인공광합성 분야에 눈을 뜨고 있다. 아직은 상용화해 물질을 대량생산하는 인공광합성 공장을 설립하기엔 광합성의 효율이 떨어져 본격적인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하지만 고효율 촉매 연구결과 잇따르고 있어 민간기업 차원의 점진적인 투자와 산·학·연 교류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당 업계 R&D관계자는 귀띔했다.


해외에선 인공광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 창업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설립한 ‘선 카탈리틱스’다. 인공광합성을 통해 화석연료 대체에너지로 떠오르는 수소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기존의 미국 기업 중에선 텍사코 에너지시스템즈, 세브론 테크놀로지 등이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이 주도하는 인공광합성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선 미쓰이화학이 광합성을 통한 메탄올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수소 생산까지도 겨냥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구체적으로 관련 사업을 본격화한 기업은 없다. 다만 포스코가 선도적으로 관련 기초연구에 적극 투자했다. 서강대가 미국 연구진과 함께 추진한 한국인공광합성연구센터(KCAP) 사업에 동참하는 방식이었다. 이밖에도 국내 자동차 및 석유화학분야 기업들이 인공광합성 분야의 기술동향을 주시하며 투자 여부를 가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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